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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역사 : 닉슨 쇼크와 금융 혁명 – 변동환율제의 시대

by 지식 라이프 스타일 202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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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역사 : 닉슨 쇼크와 금융 혁명 – 변동환율제의 시대

1960년대 말 미국은 베트남 전쟁의 막대한 전비(戰費)와 대규모 재정적자로 국가 재정이 심각히 악화되었다. 전쟁 비용 조달을 위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달러 발행을 확대했고, 이로 인해 금 보유고가 빠르게 감소하는 위기를 맞았다. 달러에 대한 과잉 공급은 국제 시장에서 미국의 금태환(금으로 교환) 요청을 자극했고,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은 미국산 달러를 금으로 바꿔줄 것을 요구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전통적 금본위제(금태환본위제) 체제의 근간을 흔들며 급격한 금융 혁명의 전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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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과 달러 과잉 공급

1960년대 후반, 미국의 베트남 전쟁 수행 비용은 연간 수십조 달러에 달했다. 전비 지출을 세금이 아닌 통화 발행으로 충당하면서 달러 공급이 급증했고, 미국 연준의 금 보유량은 1950년대 말 약 2만5천톤에서 1971년 8천여톤으로 줄어들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해외 보유자가 달러를 금으로 교환하려는 압박이 거세졌고, 이는 미국 금융체제의 신뢰성을 갉아먹었다.

달러-금 태환 정지 선언: 닉슨 쇼크

1971년 8월 15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금태환 정지를 선언하며 “우리는 더 이상 금을 내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는 닉슨 쇼크(Nixon Shock)라 불리며, 월스트리트와 전 세계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발표는 금본위제의 핵심 조항인 달러 금 태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으로 브레튼우즈 체제의 사실상 붕괴를 의미했다.

스미소니언 협정과 달러 평가절하 시도

닉슨 쇼크 후 미국은 동맹국들과 협상해 고정환율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 같은 해 12월 G10(주요 1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는 워싱턴 스미소니언 연구소에서 만나 달러 가치를 금 대비 8.5% 평가절하(1온스당 35달러에서 38달러로 인상)하고, 다른 통화는 달러 대비 2.25% 범위 내에서 재평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금리·재정정책 불일치와 투기적 자본 이동은 한계로 작용해 이 협정도 15개월 만에 사문화되었다.

자메이카 체제와 변동환율제의 도입

1973년 1월 자메이카에서 열린 IMF 회의에서 금본위제 규정이 공식 폐지되었고, 모든 회원국은 변동환율제를 채택할 수 있는 자유를 획득했다. 자메이카 체제(Jamaica Accords)는 고정환율 유지 의무를 해제하고, 각국이 시장 여건에 따라 환율을 운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며 오늘날의 변동환율제 시대를 열었다.

오일쇼크와 페트로달러 시스템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는 중동 전쟁을 계기로 OAPEC가 미국과 서방에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하며 배럴당 2.90달러에서 11.65달러로 급등시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비밀 협상을 통해 석유 거래를 전량 달러로 결제하고, 산유국 잉여 달러를 미국 국채에 재투자하는 '페트로달러'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달러의 국제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

외환시장 폭발적 성장과 통화 투기의 시작

1970년대 변동환율제 도입으로 전 세계 외환시장 거래량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었다. 환율 변동성은 통화 투기를 부추겼고, 헤지펀드 등 시장 참여자는 고수익을 노린 단기 외환거래에 집중했다. 이는 외환시장 자체가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동환율제 출현 후 중앙은행은 금 보유를 기준으로 통화량을 제한받지 않게 되었다. 대신 물가안정과 고용·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 조정 등 명목정책 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시대로 전환되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목표 관리(Inflation Targeting)와 금융안정 간 균형을 추구하는 현대적 통화정책 체제를 구축했다.

결론

닉슨 쇼크는 금본위제의 최종 붕괴를 가져오며 국제통화체제에 근본적 변화를 일으켰다. 스미소니언 협정·자메이카 체제는 고정환율시대의 종언을 고했고, 오일쇼크와 페트로달러는 달러 패권을 강화했다. 변동환율제 시대에 들어선 후 외환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중앙은행은 금 보유 대신 물가안정을 위한 능동적 통화정책을 전개하게 되었다. 이러한 금융 혁명은 글로벌 경제 운영 방식을 혁신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변동환율제의 토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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