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007의 고향 - 제임스 본드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서
영국은 단순히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의 국적을 넘어 007 시리즈의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이안 플레밍(Ian Fleming)이 창조한 이 전설적인 스파이는 영국 정보부 MI6의 요원으로, 그의 임무와 모험은 항상 영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갑니다. 오늘은 007 시리즈의 진정한 고향인 영국의 주요 촬영지들을 자세히 살펴보며, 본드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특별한 여행을 계획해보겠습니다.

런던: MI6의 심장부
베이스워터 브리지와 MI6 본부
런던의 템즈강변에 위치한 실제 MI6 본부(SIS 빌딩)는 '골든아이(GoldenEye)'부터 007 영화에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베이스워터 브리지에서 바라보는 이 독특한 형태의 건물은 이제 본드 영화의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스카이폴(Skyfall)'에서는 이 건물이 폭발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죠.
실제 MI6 본부는 보안 시설이라 내부 관람은 불가능하지만, 템즈강 유람선을 타거나 베이스워터 브리지에서 건물 외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강 건너편의 밀레니엄 피어(Millennium Pier)에서 바라보는 전경도 일품입니다.
화이트홀과 정부 청사
런던의 정치 중심지인 화이트홀(Whitehall)은 여러 007 영화에서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영국 국방부 건물과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총리 관저) 주변은 '스펙터(Spectre)'와 '스카이폴' 등에서 M이 정부 관료들과 갈등을 빚는 장면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화이트홀을 따라 걸으며 영국의 정치 역사와 007 영화의 연결고리를 느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근처의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과 국립 미술관도 함께 방문해보세요.
올드 워 오피스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에서 M의 사무실로 등장한 올드 워 오피스(Old War Office)는 윈스턴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 중 근무했던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현재는 라플스 호텔과 고급 레지던스로 변모했지만, 그 웅장한 외관은 여전히 007의 세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리젠트 파크와 세인트 존스 우드
'스카이폴'에서 본드의 아파트로 등장한 장소는 런던의 고급 주거지역인 노팅힐이지만, 실제 촬영은 리젠트 파크 근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세인트 존스 우드(St. John's Wood)의 고급스러운 거리들을 거닐다 보면 본드가 살았을 법한 우아한 타운하우스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심슨스 인 더 스트랜드
'스펙터'에서 본드와 M이 만난 레스토랑으로 등장한 '심슨스 인 더 스트랜드(Simpson's in the Strand)'는 1828년에 문을 연 런던의 전통 있는 식당입니다. 영국 전통 로스트 비프로 유명한 이곳에서 식사를 하며 본드의 우아함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파인우드 스튜디오: 007의 진정한 본거지
버킹엄셔에 위치한 파인우드 스튜디오(Pinewood Studios)는 1962년 '닥터 노(Dr. No)'부터 최근작인 '노 타임 투 다이'까지, <007 살인면허>와 <007 골든아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제임스 본드 영화가 촬영된 곳입니다. 이곳은 007 시리즈의 진정한 본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인우드 스튜디오에는 '007 스테이지'라는 전용 촬영장이 있으며, 이는 1976년 '문레이커(Moonraker)'의 거대한 세트를 위해 특별히 건설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반 관광객에게는 스튜디오 투어가 정기적으로 제공되지 않지만, 가끔 특별 행사나 팬 이벤트를 통해 내부를 볼 기회가 있습니다.
파인우드 스튜디오 주변의 블랙 파크(Black Park)는 여러 본드 영화의 야외 장면 촬영에 활용되었으며, 일반인도 방문할 수 있는 공원입니다. '골든아이'와 '투모로우 네버 다이(Tomorrow Never Dies)'의 일부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 본드의 뿌리를 찾아서
글렌코
'스카이폴'에서 본드의 가족 저택이 있는 곳으로 등장한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글렌코(Glencoe)는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웅장한 산과 계곡, 안개 낀 황무지의 풍경은 본드의 비극적인 과거와 완벽하게 어울리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실제 스카이폴 저택은 영화를 위해 글렌코에 지어진 세트였지만, 이 아름다운 계곡은 하이킹과 사진 촬영의 명소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입니다. A82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하며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해볼 수 있습니다.
에일린 도난 성
'007 언리미티드(The World Is Not Enough)'에서 MI6의 스코틀랜드 본부로 등장한 에일린 도난 성(Eilean Donan Castle)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성 중 하나입니다. 13세기에 지어진 이 성은 세 개의 바다 호수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그 풍경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내부 관람이 가능하며, 성의 역사와 건축에 대한 가이드 투어도 제공됩니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여행 중 꼭 들러볼 만한 명소입니다.
옥스퍼드셔: 블렌하임 궁전
'스펙터'에서 본드가 화이트를 만나는 장면의 배경이 된 블렌하임 궁전(Blenheim Palace)은 영국의 유일한 비왕실 궁전으로, 윈스턴 처칠의 출생지이기도 합니다. 웅장한 바로크 양식의 이 건물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궁전 내부와 정원 모두 관람이 가능하며, '스펙터' 외에도 여러 영화의 촬영지로 활용되었습니다. 런던에서 기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어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수 있습니다.
서리: 스타베로우 골프 클럽
'골드핑거(Goldfinger)'의 유명한 골프 시합 장면이 촬영된 스타베로우 골프 클럽(Stoke Park Golf Club)은 서리 카운티에 위치한 고급 골프 리조트입니다. 본드와 골드핑거가 골프 게임을 통해 심리전을 펼치는 이 장면은 007 시리즈의 클래식한 순간 중 하나입니다.
현재는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골프 코스와 호텔로 운영되고 있어, 본드처럼 라운딩을 즐기거나 럭셔리한 숙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버크셔: 애스콧 경마장
'뷰 투 어 킬(A View to a Kill)'에서 본드가 빌런 막스 조린을 처음 만나는 장면의 배경이 된 애스콧 경마장(Ascot Racecourse)은 영국의 가장 유명한 경마 시설입니다. 특히 6월에 열리는 로열 애스콧(Royal Ascot)은 영국 왕실이 참석하는 사교 행사로도 유명합니다.
경마 시즌에 맞춰 방문하면 영국 상류사회의 문화와 함께 007 영화의 한 장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아한 드레스 코드를 갖춰 입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런던 주변의 007 촬영지들
그리니치 로열 네이벌 칼리지
'스카이폴'에서 M의 장례식 장면이 촬영된 그리니치 로열 네이벌 칼리지(Old Royal Naval College)는 템즈강변에 위치한 웅장한 건축물입니다. 크리스토퍼 렌 경이 설계한 이 바로크 양식의 건물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많은 영화의 촬영지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리니치 공원과 로열 옵저버토리(천문대)도 함께 방문하면 하루 일정으로 알찬 관광이 가능합니다.
해머스미스 다리
본드가 M과 템즈강가에서 만나는 장소로 자주 등장하는 해머스미스 다리(Hammersmith Bridge)는 런던 첼시와 풀럼 서쪽에 위치한 아름다운 다리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에 지어진 이 다리는 템즈강의 풍경과 어우러져 영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다리 주변의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런던의 여유로운 모습을 즐겨보세요.
007 팬을 위한 특별한 경험
제임스 본드 런던 투어
런던에서는 007 영화의 촬영지를 중심으로 한 특별 투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문 가이드와 함께 MI6 본부, 화이트홀, 심슨스 인 더 스트랜드 등 주요 촬영지를 방문하는 투어는 007 팬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합니다.
듀크스 바의 베스퍼 마티니
세인트 제임스 지역에 위치한 듀크스 호텔(Dukes Hotel)의 바는 이안 플레밍이 자주 방문했던 곳으로, 그의 유명한 "쉐이킨, 낫 스터드(Shaken, not stirred)" 마티니에 영감을 준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정통 베스퍼 마티니를 맛보는 것은 007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경험입니다.
제임스 본드 자동차 전시
런던 영화 박물관과 비히클 박물관에서는 때때로 007 시리즈에 등장한 자동차들의 특별 전시가 열립니다. 애스턴 마틴 DB5를 비롯한 본드의 상징적인 차량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영국에서의 007 여행 계획하기
최적의 방문 시기
영국 날씨의 특성상 5월부터 9월까지가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특히 6월은 로열 애스콧 등 사교 행사가 많아 영국의 문화를 경험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경우 가을(9-10월)에 방문하면 '스카이폴'의 분위기와 비슷한 황금빛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교통 및 이동
런던 내에서는 지하철(튜브)과 버스가 편리하며, 오이스터 카드를 구입하면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나 옥스퍼드셔 등 런던 외곽 지역으로의 이동은 기차가 편리하며, 글렌코 같은 하이랜드 지역은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숙박 추천
- 런던: 세인트 제임스 지역의 듀크스 호텔은 007의 역사와 연결된 곳입니다.
- 스코틀랜드: 글렌코 근처의 킹스하우스 호텔(Kingshouse Hotel)은 '스카이폴' 촬영지 근처에 위치해 있습니다.
- 옥스퍼드셔: 블렌하임 궁전 근처의 우드스톡 암스(Woodstock Arms)는 아늑한 분위기의 숙소입니다.
나만의 007 영국 여행 계획 세우기
영국에서의 007 여행은 단순한 영화 촬영지 방문을 넘어 영국의 역사, 문화, 자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입니다. 런던의 세련된 도시 풍경부터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웅장한 자연까지, 다양한 매력을 지닌 장소들을 자신의 취향과 일정에 맞게 조합해보세요.
본드의 우아함과 세련된 취향을 따라가다 보면, 영국이라는 나라가 왜 이토록 매력적인 스파이 캐릭터를 탄생시켰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영국에서의 007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영국은 007 시리즈의 고향이자 영혼과도 같은 곳입니다. 본드의 발자취를 따라 영국을 여행하며,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 캐릭터의 매력과 영국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그 여정은 분명 "쉐이킨, 낫 스터드"처럼 강렬하고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여행 & 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탈리아: 본드의 단골 촬영지 - 007 영화 속 아름다운 이탈리아 여행 (15) | 2025.05.23 |
|---|---|
| 태백 용연동굴 – 백두대간의 신화와 모험, 자연이 선사한 숨겨진 보물 (13) | 2025.05.22 |
| 동해 천곡천연동굴 – 도심 속 5억 년의 시간여행 (17) | 2025.05.21 |
| 삼척 환선굴 – 국내 최대의 신비, 자연이 빚은 지하 예술관 (22) | 2025.05.20 |
| 정선 화암동굴 – 금광과 자연의 만남, 체험과 신비가 공존하는 동굴 여행 (14) | 2025.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