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본드의 단골 촬영지 - 007 영화 속 아름다운 이탈리아 여행
이탈리아: 본드의 단골 촬영지 - 007 영화 속 아름다운 이탈리아 여행
이탈리아는 제임스 본드 영화 시리즈에서 가장 사랑받는 촬영지 중 하나로, 25편의 007 시리즈 중 무려 8편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2006년 이후 본드 영화는 이탈리아의 매혹적인 풍경과 역사적인 도시들을 반복적으로 찾아왔으며, 007 촬영팀은 이탈리아에서의 촬영이 "꿈같은 일"이었다고 표현했을 정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007 영화에 등장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촬영지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본드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할 수 있는 정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마테라(Matera): 고대 동굴 도시의 매혹
역사와 배경
마테라는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도시로, 해발 440m 고지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도시의 역사는 기원전 7,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정착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테라의 가장 큰 특징은 '사씨(Sassi)'라 불리는 동굴 주거지로, 이 독특한 경관은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사씨는 2,000년 이상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로마 시대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곳이기도 합니다. 절벽 사이사이에 형성된 동굴들에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마을을 이루었고, 이 독특한 풍경은 여러 영화감독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2004년 멜 깁슨의 '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도 이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 속 마테라
마테라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영화인 '노 타임 투 다이'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인상적인 차량 추격 장면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와 마들렌 스완(레아 세이두)은 애스턴 마틴 DB5를 타고 티레니안 해(Tyrrhenian Sea) 해안도로의 터널을 통과한 후 마테라의 사씨로 진입합니다.
실제로 이 장면은 여러 지역에서 촬영되어 하나로 연결되었습니다. 터널에 진입하는 해안도로 장면은 마테라에서 약 200km 떨어진 티레니안 해에서 촬영되었고, 터널에서 나오는 장면은 마테라의 비아 다도지오(Via D'Addozio)에서 촬영되었습니다. 터널의 끝부분은 영화 촬영을 위해 성 아고스티노 수도원(Convent of Saint Agostino) 옆 비아 다도지오 거리에 특별히 건설되었습니다.
애스턴 마틴 DB5가 터널에서 나와 도시를 내려다보는 전망대로 직진하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영화에서는 전망대의 난간이 돌담처럼 보이도록 가려졌으며, 실제 전망과 영화 속 전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도시 왼쪽 언덕을 배경으로 돌다리가 보이는데, 이 다리는 그라비나 인 풀리아(Gravina in Puglia)에서 촬영되어 마테라의 전망에 CGI로 합성되었습니다.
본드와 마들렌이 차에서 내리는 장면은 비아 브루노 부오치(Via Bruno Buozzi)와 리오네 피아넬레(Rione Pianelle)의 교차로에서 촬영되었으며, 이곳은 피아자 산 피에트로 카베오소(Piazza San Pietro Caveoso)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입니다. 이어서 두 사람이 호텔로 걸어가는 장면은 비아 무로(Via Muro)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마테라의 영화 속 호텔
영화에서 마들렌이 호텔 발코니로 나가는 밤 장면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이 장면을 위해 호텔의 전면 벽과 발코니를 포함한 일부가 벨베데레 디 피아자 조반니 파스콜리(Belvedere di Piazza Giovanni Pascoli)에 건설되었습니다. 이곳은 마테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망대 중 하나로, 이곳에 서면 마들렌이 바라본 것과 정확히 같은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가짜 호텔 객실은 피아제타 파스콜리(Piazzetta Pascoli) 광장 높이에 맞춰 비계 위에 건설되었습니다.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비계가 설치되었던 장소를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촬영팀은 2019년 9월에 마테라의 사씨에서 작업했습니다.
마테라 여행 팁
마테라를 방문한다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모두 둘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구시가지의 동굴 주거지는 역사적 가치가 높고 영화 속 장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벨베데레 디 피아자 조반니 파스콜리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영화에서 보듯 더욱 아름답습니다.
마테라의 동굴 호텔에서 묵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래된 동굴 외관과 달리 내부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영화 속 본드가 묵었던 호텔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라비나 인 풀리아(Gravina in Puglia): 다리 위의 액션
역사와 배경
그라비나 인 풀리아는 마테라 근처에 위치한 또 다른 남부 이탈리아 도시로,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마테라인 것처럼 촬영되었습니다. 로마 시대에 전략적 위치에 있던 이 도시는 로마와 브린디시를 연결하는 아피안 웨이(Appian Way)가 통과하는 곳이었습니다.
영화 속 그라비나의 다리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그라비나 다리에서의 액션 시퀀스입니다. 본드의 유일한 탈출 수단은 다리를 건너 아래 물로 뛰어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다리는 '폰테 비아도토 아쿠에도토 마돈나 델라 스텔라(Ponte Viadotto Acquedotto Madonna della Stella)'로, 그라비나 강의 양쪽 기슭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 다리는 높이 37미터, 길이 90미터로, 원래 강을 건너고 신자들이 마돈나 델라 스텔라의 기적적인 교회에 도달할 수 있도록 건설되었습니다. 원래 건설 날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지만, 역사적 자료에 따르면 1686년에 존재했으나 1722년 지진으로 불안정해져 붕괴되었습니다. 18세기 중반에 재건되어 물 운송도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영화를 위해 수로 벽은 특별히 세트 디자인되었습니다. 먼저 본드가 낙하를 제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력 케이블이 설치되었고, 둘째로 벽과 도로 사이의 아래쪽 모서리에 스티로폼 석재 블록이 배치되어 본드가 살인적인 차량의 경로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사프리(Sapri)와 마라테아(Maratea): 티레니안 해의 보석들
사프리의 해변 장면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본드와 마들렌이 요트를 타는 장면은 사프리 남쪽 해변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사프리는 나폴리에서 약 200km 남쪽에 위치한 작은 해안 도시입니다. 나폴리와 사프리 사이에는 세계 10대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히는 아말피(Amalfi)와 포지타노(Positano) 등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본드와 마들렌은 사프리 기차역에서 헤어지는 장면도 촬영되었습니다. 이 지역은 티레니안 해를 마주하고 있어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자랑합니다.
마라테아의 해안 도로
마라테아는 이탈리아 서해안에 위치한 도시로, 티레니안 해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본드와 마들렌이 터널로 들어가기 전 드라이브하는 해안 도로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구불구불한 해안 도로와 푸른 바다의 조합은 007 영화의 전형적인 아름다운 배경을 제공합니다.
이탈리아의 다른 007 촬영지들
로마(Rome)
로마는 '스펙터(Spectre)'에서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특히 바티칸 근처의 장례식 장면과 티베르 강을 따라 펼쳐진 차량 추격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콜로세움과 로마 포럼 같은 유명 관광지도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습니다.
베니스(Venice)
베니스는 '문레이커(Moonraker)'와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에 등장했습니다. 특히 '카지노 로얄'에서 본드의 요트가 그랜드 캐널을 항해하는 장면과 건물이 붕괴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이 베니스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시라쿠사(Syracuse)와 타오르미나(Taormina)
시칠리아의 이 두 도시는 '포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그리스 극장과 아름다운 해변이 특징인 이 지역은 본드 영화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007 이탈리아 여행 계획하기
최적의 방문 시기
이탈리아 남부 지역은 봄(4-6월)과 가을(9-10월)이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여름(7-8월)은 매우 덥고 관광객이 많으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테라는 1월에도 남부 지방이라 매우 춥지 않아 겨울 여행도 가능합니다.
교통 및 이동
이탈리아 남부 지역은 기차와 버스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일부 지역은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마테라와 그라비나 같은 도시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바리(Bari)에서 마테라까지는 차로 약 1시간 거리입니다.
추천 일정
1일차: 마테라 도착, 사씨 지역 탐험
- 비아 다도지오(터널 출구 장면)
- 비아 브루노 부오치(본드와 마들렌이 차에서 내린 장소)
- 비아 무로(호텔로 걸어가는 장면)
- 벨베데레 디 피아자 조반니 파스콜리(호텔 발코니 장면)
- 저녁에는 사씨의 아름다운 야경 감상
2일차: 그라비나 인 풀리아 방문
- 폰테 비아도토 아쿠에도토 마돈나 델라 스텔라(본드의 액션 장면 다리)
- 그라비나의 역사적인 중심지 탐험
3일차: 사프리와 티레니안 해안 드라이브
- 사프리 기차역
- 해안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 아말피 해안 방문 가능
숙박 추천
마테라에서는 동굴 호텔에 묵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래된 동굴 외관과 달리 내부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영화 속 본드가 묵었던 호텔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사씨 지역의 부티크 호텔들은 독특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007 이탈리아 투어 프로그램
007 팬들을 위한 특별한 투어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Italy Slow Tours'와 'Ferula Viaggi'는 마테라와 이탈리아 남부를 중심으로 한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며, 특히 '노 타임 투 다이'의 모든 촬영지를 방문하는 '제임스 본드 투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투어는 마테라의 모든 촬영 장소를 방문하며, 전문 가이드가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각 장소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설명해줍니다. 자세한 정보는 'materaturismo.i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의 007 경험
이탈리아는 단순한 촬영지를 넘어 007 영화의 정서와 분위기를 완벽하게 담아내는 국가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건축물, 색채, 풍경을 자랑하는 이탈리아는 본드 영화의 화려함과 우아함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배경이 됩니다.
007 영화의 촬영지를 따라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것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마테라의 고대 동굴 도시에서 그라비나의 역사적인 다리, 티레니안 해의 아름다운 해안까지, 본드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이탈리아의 숨겨진 보석들을 발견해보세요.
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이탈리아의 로마를 마지막에 들르라"는 말이 있습니다. 로마를 보고 나면 다른 도시들의 성당이나 유적들이 눈에 안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이탈리아는 다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007 영화는 그 매력을 스크린에 완벽하게 담아냈습니다.
이탈리아에서의 007 여행은 영화의 액션과 로맨스, 그리고 이탈리아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입니다. 제임스 본드처럼 우아하게, 때로는 모험적으로 이탈리아를 탐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