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은 발권은행으로서 화폐 공급을 독점하고, 통화정책을 통해 경제의 심장부를 조율하는 최고 권력 기관이다. 1694년 영국에서 잉글랜드은행(잉글랜드은행)이 탄생한 이래, 프랑스·미국·한국에 이르기까지 국가마다 중앙은행역사는 각국의 정치·경제적 맥락을 반영하며 진화해 왔다. 이번 8편에서는 잉글랜드은행 설립, 나폴레옹이 세운 프랑스은행, 1913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 일제강점기의 조선은행, 1950년 한국은행 설립과 6·25 전쟁 중 시련, 그리고 양적완화와 중앙은행독립성을 둘러싼 논쟁까지 중앙은행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살펴본다.
1. 1694년 잉글랜드은행 – 최초의 중앙은행
영국 의회는 전쟁 재원 조달을 위해 1694년 7월 27일 국왕 윌리엄 3세에게 120만 파운드의 대출을 약속받고, 잉글랜드은행(Bank of England)을 설립했다. 동 은행은 정부의 부채 관리자이자 민간 예금 수취·대출·지폐 발행을 전담하는 발권은행의 지위를 확보했다. 이후 1734년 본점을 런던 스레드니들가로 이전하며 ‘구(舊) 레이디 오브 스레드니들가(The Old Lady of Threadneedle Street)’로 불렸다.

2. 1800년 프랑스은행 – 혁명 이후 금융 안정을 위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1800년 1월 18일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뒤, 재정 위기 극복과 신생 산업 육성을 위해 Banque de France를 창립했다. 초대 이사로는 스위스계 은행가 장-프레데릭 페레고가 임명되었고, 상업 어음의 할인 기능과 지폐 발행 특권을 부여받아 민간 은행과 경쟁하며 신용 공급을 확대했다. 1803년 파리 지역 지폐 발행 독점권을 획득해 프랑스 전역으로 중앙은행 기능을 확장했다.

3. 1913년 연방준비제도 –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 출범
미국은 1907년 금융 공황을 계기로 중앙은행 설치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1913년 12월 23일 우드로 윌슨 대통령 서명으로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이 통과되며 Federal Reserve System이 탄생했다. 12개 지역별 연준은행과 워싱턴DC의 연방준비이사회(Board of Governors), 1933년 추가된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통화량 조절과 금리 정책을 수행하며, 은행권의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역할을 맡았다.
4. 일제강점기 조선은행과 민족은행 창업
조선 말기 민간 주도 금융기관으로 1897년 설립된 ‘조선은행’은 20만원의 자본금으로 주주회사 형태를 띠었다. 안경수·이완용 등 당시 주요 인사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광통교 교환소에서 창립회의를 개최했다. 일제강점기(1911년 이후)에는 일본 중앙은행인 조선은행(Bank of Chōsen)으로 전환되어 식민 통화정책 집행 기관으로 기능했으며, 해방 후 잔여 조직은 현대 한국은행 설립의 토대를 이뤘다.
5. 1950년 한국은행 설립과 6·25 전쟁의 시련
대한민국 정부는 해방 직후 과도기적 금융 혼란을 거쳐 1950년 5월 5일 ‘한국은행법’을 제정하고, 6월 12일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공식 출범시켰다. 당시 초대 총재에 이범석이, 본점은 서울 남대문 인근에 두었으며,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정책과 외환 보유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같은 해 발발한 6·25 전쟁으로 본점 이전, 지점 파괴 등 위기를 겪으며 중앙은행 독립과 금융 안정성 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6. 전후 경제 성장과 양적완화
1980~90년대 금융 자유화와 함께 영국·미국 중앙은행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도입했다. 국채·MBS 대규모 매입을 통해 장기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2008)와 코로나19 팬데믹(2020) 충격에 대응했다. 한국은행도 2020년부터 국고채·회사채 매입, 한은발행 여전채 확대 등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하며, 통화정책의 범위를 전통적 기준금리 조정에서 자산 매입으로 확장했다.
7. 중앙은행독립성과 민주적 통제
중앙은행이 과도한 화폐 발행을 막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수적이다. 영국 잉글랜드은행은 1998년 법 개정으로 완전 독립 조직이 되었고, 한국은행도 1997년·2003년 법 개정을 통해 인플레이션 타깃 제도 도입과 총재 임명 절차 개선 등 중앙은행독립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동시에 금융 안정이라는 공공의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국회·정부와의 협력도 불가피한 과제로 남아 있다.
결론
중앙은행은 1694년 잉글랜드은행에서 시작해 프랑스은행·연방준비제도·한국은행으로 이어지며, 발권은행과 통화정책 기관이라는 이중 역할을 통해 경제 안정을 책임져 왔다. 특히 전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 위기에 대응한 양적완화가 중앙은행 기능의 지평을 넓혔고, 민주적 정당성과 집행 독립성 확보를 위한 중앙은행독립성 강화 논의가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도 디지털화폐와 새로운 금융혁신 속에서 중앙은행은 화폐 권력의 중심으로 그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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